[기획] “기술의 오스카상을 거머쥐다” 비뇨의학의 디지털 혁신으로 ‘CES 2026’ 사로잡은 유메드 박명찬 대표
비뇨의학 특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주)유메드가 ‘CES 혁신상(Innovation Awards)’을 수상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人터뷰 ](주)유메드 박명찬 대표.

전 세계 정보기술(IT)과 가전의 미래 트렌드를 미리 보는 무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CES 2026. 이곳에서 대한민국 경남의 한 스타트업이 낭보를 전해왔다. 비뇨의학 특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주)유메드(UMED Inc.)가 ‘CES 혁신상(Innovation Awards)’을 수상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다.

유메드는, 전문의의 치열한 임상 경험이 첨단 기술과 만났을 때 전 세계를 감동시킬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에서 글로벌 혁신가로 거듭난 박명찬 대표를 만나, 라스베이거스를 홀린 ‘K-디지털 헬스케어’의 저력에 대해 들었다.

한편, 유메드는 경상남도가 주최하고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관해 추진한 ‘2025년 경남형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사업’에 선정돼 본 사업의 운영사인 ㈜비티비벤처스를 통해 멘토링, 컨설팅 등 전반적인 스케일업 과정을 지원 받았다.

■전 세계가 인정한 혁신의 가치, CES 2026을 평정하다

CES 혁신상은 전 세계 기술 전문가와 미디어, 디자이너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제품의 혁신성, 엔지니어링 역량, 디자인, 사용성을 엄격하게 평가해 선정하는 ‘기술의 오스카상’으로 통한다.

유메드의 ‘UroRinse Light’는 디지털 헬스 부문에서 당당히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수천 개의 글로벌 기업이 각축전을 벌이는 유레카 파크 전시와 더불어, 혁신상 수상 기업들만이 모이는 ‘이노베이션 어워즈 쇼케이스’관에도 별도로 전시되는 영예를 안았다.

“수상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지난 5년간 연구실과 병원을 오가며 보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비뇨의학이라는 다소 소외된 분야에서 기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이 무엇보다 기뻤죠. 우리가 만든 제품이 전 세계인의 건강과 존엄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글로벌 무대에서 공인받은 셈입니다.”

■“의사의 무력감이 혁신의 씨앗이 되다”

박명찬 대표가 창업가라는 거친 파도에 올라탄 이유는 거창한 사업적 성공 때문이 아니었다. 매일 마주하는 환자들이 겪는 소리 없는 비명 때문이었다.

그는 비뇨의학과 교수로서 십수 년간 환자를 돌보며 한 가지 지독한 모순을 목격했다. 카테터 관련 요로감염 환자들은 치료를 받고 호전돼 퇴원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고열과 통증을 호소하며 응급실로 실려 오곤 했다.

“병원 안에서는 철저한 관리가 가능하지만, 환자가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 관리는 중단됩니다. 요양시설이나 가정으로 돌아간 환자들이 도뇨관이 막히거나 감염이 돼 고통받는 모습을 보면서 의사로서 깊은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기술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도, 현장은 수십 년 전의 방식에 멈춰 있었죠. 결국 제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결단은 2020년 유메드 설립으로 이어졌고, ‘Urological Healthcare for All(모두의 비뇨기 건강)’이라는 비전은 그렇게 현장의 결핍에서 싹을 틔웠다.

■ 소외된 비뇨기 질환, 병원에 머물던 케어를 일상으로

우리 사회가 고령화로 치달으면서 비뇨기 질환은 이제 특정 소수의 문제가 아닌 보편적인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다. 국내 배뇨장애 환자 수는 2021년 약 75만명으로 집계됐으며,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로 최근 수년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평생 소변줄을 달고 살아야 하며, 연간 2~3회 이상의 반복적인 요로감염을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감염은 단순히 열이 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생명의 위협이며, 반복되는 항생제 처방은 내성이라는 또 다른 재앙을 부른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 4억5000만 달러 이상의 천문학적인 의료 비용이 이 감염 관리에 쏟아부어지지만, 정작 환자 개인의 삶은 황폐해질 뿐이다.

박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에서만 가능했던 케어를 어디서나 가능한 케어로 전환하는 데 집중했다.

■UroRines Light,CES가 주목한 압도적 기술력

CES 혁신상 심사위원들이 유메드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은 ‘UroRinse Light’가 가진 현실적인 파괴력 때문이었다.

기존의 방광 세척은 간호사가 직접 주사기를 들고 수작업으로 진행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오염될 확률이 높았고, 간호 인력이 부족한 현 상황에서 커다란 업무 부담으로 작용했다.

유메드는 이 과정을 폐쇄형 자동 순환 방식으로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다중 센서가 실시간으로 세척액의 유입과 배출을 감지하고, 최적의 알고리즘으로 방광을 부드럽게 세척한다.

의료진이 1시간 동안 매달려야 했던 일은 이제 단 10분 만에 마무리된다. 시골 동네 시외버스 기다릴 시간을 대도시 지하철 기다릴 시간으로 앞당긴 것이다.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안전성과 직관성이었습니다. 전문 의료 인력이 없는 가정에서도 환자 스스로 버튼 하나로 안전하게 세척을 마칠 수 있어야 했으니까요. 전임상 결과가 세계적인 저널 ‘Urology’에 실렸을 때 동료 의사들에게 축하를 받았다면, 이번 CES 혁신상 수상은 전 세계 IT 거물들이 우리의 기술적 완성도에 박수를 보내준 것과 같습니다.”

이 시스템은 2025년 10월 식약처 인증을 마치고, 현재 비뇨의학과를 넘어 신경과, 신장내과 등 다양한 임상 현장에서 감염률을 낮추는 핵심 병기로 활약하고 있다.

■AI 플랫폼 ‘UroXpert™’, 비뇨의학의 디지털 대전환

유메드의 혁신은 하드웨어에서 멈추지 않는다. CES에서 이들이 제시하는 또 다른 미래는 바로 데이터 기반의 비뇨의학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이다. 그 중심에는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UroXpert™가 있다.

UroXpert™은 비뇨의학에서 환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필요한 정보를 누구나 더 쉽게 이해하고 정확하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든다.

또한 UroXpert™ 플랫폼은 유메드의 기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UroRinse를 포함한 다양한 비뇨 진단·모니터링 스마트기기와 연동해 데이터를 통합하고, 이를 기반으로 의료진에게는 AI 진단 보조를,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맞춤형 비뇨건강 관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유메드는 원내 환자는 물론, 원외 환자, 그리고 예방이 필요한 모든 사람을 아우르는 통합 비뇨의학 플랫폼으로 확장된다.

■경남에서 피어나 세계를 위로하는 기술

유메드의 성공적인 글로벌 행보 뒤에는 지역 사회의 든든한 서포트가 있었다. 운영사 비티비벤처스와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는 유메드가 글로벌 무대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도록 IR(투자유치) 역량 강화와 시장 진출 전략 수립에 힘을 보탰다.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유메드는 시드투자와 정부지원과제를 통해 누적 약 30억원의 자금을 확보해 기술개발과 시장 진출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다.

현재 유메드는 추가적인 투자 유치와 단계적인 성장 전략을 통해 IPO를 향한 탄탄한 로드맵을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고 있으며, 글로벌 비뇨의학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지역 사회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김해에 본사를 둔 이유도 지역 인재들이 굳이 수도권을 향하지 않고도 세계 최고의 기술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다.

“비뇨기 건강은 인간이 죽는 순간까지 포기할 수 없는 기본권이자 존엄입니다. 우리 지역의 인재들이 이 숭고한 가치를 실현하는 현장의 주역이 되길 바랍니다. 유메드가 걷는 이 길은 단순한 이윤 추구가 아닙니다. 한 사람의 환자가 더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죠.”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예비 창업가들에게 “환자의 눈높이에서 출발하라”는 조언을 건넸다. 화려한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삶을 진정으로 바꾸고 싶다는 간절함이라는 것이다.

전문의로서의 명예로운 길에 만족하지 않고 창업이라는 험로를 택한 박명찬 대표. 그가 거머쥔 CES 혁신상이라는 트로피는 단순한 상을 넘어, 대한민국의 기술이 전 세계 위생 지도를 새롭게 그려나가고 있음을 선포하는 신호탄이었다.

유메드가 열어가는 ‘치료를 넘어선 케어’의 시대, 그 따뜻한 혁신의 중심에 경남의 미래가 함께하고 있다.